안녕하세요. 사주나루입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신살(神殺) 관련 정보 80% 이상이 '신(神)=귀인 즉, 좋은 것, 살(殺)=나쁜 것'이라 말합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귀인을 가진 사람은 모두 행복한 삶을 영위할 것이고, 살을 가진 사람은 과부가 됐거나 죽었어야 합니다. 애당초 말도 안 되는 소리니, 잘못된 해석이죠.
천을귀인을 가지고도 고초를 겪는 분은 많습니다. 단순히 사주에 있다고 잘 될 거란 해석은 착각입니다.
사주나루의 신살론을 정독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결코 쉬운 내용이 아닙니다. 독해력이 좋은 분만 오늘 포스팅을 이해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천을귀인(天乙貴人)의 뜻은 말 그대로 하늘의 은덕을 입는다는 뜻입니다. 액운을 막고, 품성을 곧게 하며, 명예롭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귀인을 의미하죠.
명리학의 신살 중에서도 가장 좋은 길신으로 불리며, 그 기운은 살의 흉운까지 막는다 알려져 있지요.
이렇게나 좋은 의미를 가진 귀인인데, 실제 귀인을 가진 분의 말을 들어보면 '내 귀인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 '진짜 그런 게 있다면 내가 이렇게 살진 않을 거다'라고 말합니다.
천을귀인이 사주에 있지만, 실제 삶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작용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ㅣ천을귀인, 왜 해석처럼 안될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천을귀인이 어떻게 발현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론 이야기를 피할 수 없습니다. 어려운 내용을 원하지 않는 분이나 이유만 궁금하신 분은 중간부터 보셔도 무관합니다.
천을귀인은 일간(日干)을 기준으로 시지, 월지, 일지, 연지에 특정한 지지가 올 때 작용합니다.
조견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천간과 지지의 흐름을 순행과 역행으로 표기했을 때 각각의 천간과 합이 되는 지지의 조합이 천을귀인이란 해석에서 비롯됩니다.
예컨대 병(丙)의 경우 순행으로 했을 때 대응하는 지지는 인(寅), 오(午)인데, 병과 합하는 신(辛) 일간에서 인과 오가 올 때 천을귀인이라 하는 것이죠.
양귀인, 음귀인을 나눌 때도 있지만 그렇게나 세밀한 작용은 실관에서 읽어내기 힘들기에 모든 천간은 천을귀인에 해당하는 두 가지 지지를 가지게 됩니다.
허나 중요한 건 천을귀인이 이러한 발현 방식과 의미를 지녔음에도 어째서 해석처럼 작용하지 않는가겠죠.
가장 흔한 이유는 사주에서 천을귀인이 작용하기 힘들게 놓여있는 경우입니다.
천을귀인은 일지에 존재할 때 그 작용력이 가장 강합니다. 계묘(癸卯), 정유(丁酉), 계사(癸巳), 정해(丁亥)이 네 가지 일주가 이에 해당하며, 좋은 일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연지에 존재할 경우 작용력이 가장 약해집니다.
또한, 천을귀인은 합 작용으로 발현되기 때문에 충(沖) 작용이나 공망이 함께 있을 경우 작용력이 약해집니다. 또한, 절지(絶地)에 걸려 있을 때에도 작용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천을귀인을 알게 되는 경우는 만세력에 적혀 있거나, 신살을 과하게 강조하는 사주 간명을 받은 후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천을귀인에 대한 실제 작용력보다도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명리학에서 신살이 가지는 비중이 작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살(殺)을 다루는 칼럼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귀인 또한 두 글자를 비교해서 봅니다. 그렇다 보니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죠.
그러나 사주를 해석할 때에는 팔자의 작용을 모두 고려해야만 정확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천을귀인이 아무리 좋은 기운이라고 해도, 두 글자의 작용이 여덟 글자의 작용력을 초월한다는 해석을 하기 어려운 거예요.
사주 해석은 여덟 글자의 음양과 오행 작용을 분석한 후, 십신의 작용을 고려하고 대운과 세운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 후에 더욱 세부적인 풀이가 필요하다면 신살의 작용을 고려합니다.
현재 신살을 과대해석하는 풀이가 유행하면서, 살이 있으면 큰일이 날 것이고, 귀인이 있으면 복이 들어올 것만 같다는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사주 해석은 그러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은 천을귀인의 현대적 위치 때문입니다.
단순히 천을귀인의 특징이 아니라 "현대에서 귀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에 대한 포괄적인 이야기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전 칼럼에서 언급한 대로, 살(殺)은 인생에서 마주하는 굴곡과 같은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굴곡은 가파르면 크게 넘어질 수도 있고, 균형을 잘 유지하며 건너갈 수도 있으며, 돌아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귀인은 살의 반대 개념으로, 이 굴곡을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삶을 최대한 평탄하게 만들어주는 겁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진정으로 평탄한 삶이 유리한 삶인지 의문이 듭니다.
불안정한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그 속에서 나는 한없이 고요하기만 할 테니까 말이죠. 사주 자체가 느리고 둥글둥글한 사람에게 귀인은 나쁜 작용이 됩니다.
그저 답답하고 고지식하며 세상물정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이 시대의 귀인입니다.
따라서, 천을귀인은 단순히 가지고만 있다고 해서 행복한 삶을 보장받는 것은 아닙니다.
정확한 위치, 팔자와의 관계, 그리고 실제 개인의 삶에 어떻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간단하게 생각해서, 천을귀인이 있다면 두 번 싸울 것 한 번만 싸우고, 크게 아플 것이 조금만 아플 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신살 때문에 괜한 기대로 일을 그르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사주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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