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글은 사주나루의 어떤 글보다 난도가 높습니다.
사주나루 칼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먼저 난이도가 쉬운 칼럼을 읽고, 이후에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언제부터 사용 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이 말은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일론 머스크까지 2,500년 동안 인용될 만큼 유명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호기심의 정점에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와 같은 질문들이죠.
너무 철학적인 이야기였을까요?
아직까지는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거지?'라는 생각이 드시겠지만, 위 내용은 분명 사주풀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인간과 '나'의 본질을 알아내기 위해 역학이 발전하고 사주라는 개념이 들어섰습니다.
따라서 사주 풀이는 외모, 행동, 주어진 상황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의 근원을 찾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기 위해 사주를 본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는 착각입니다. 일반적으로 자기 의지로 사주 풀이를 보러 오는 사람은 없어요. 있더라도 극소수의 학자들입니다.
그럼 평범한 사람들은 왜 사주를 볼까요?
그 이유는 바로 '불안'이라는 감정입니다. 하지만 이 불안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불안과는 다를 겁니다.
먼저 일화 한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올해 여름이었을 거예요.
행사장에서 한 남성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블로그의 열렬한 팬이라 하셨습니다.
혹시 본인의 사주를 봐줄 수 있느냐 부탁을 하셨는데, 개인 사주는 보지 않는다 해도 너무나 간절하게 부탁하셨습니다. 한편으로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고요.
간략한 조언을 드리고자 보니 상관(傷官)을 강하게 사용하는 분이었습니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입으로 먹고사는 사람, 표현하는 사람의 특징을 가졌을 테고, 원국의 형태를 보아하니 창작과 예술에 관련된 기운이 보이진 않았습니다.
편인(偏印)의 영향이 두드러져 따지기를 좋아하고, 신강 하기보단 신약 하여 예민하고 날카로운 성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방송이나 기자 일을 하고 계신가요?"라고 여쭤보니 "역시..." 하시며 화색이 돌았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하시는 일 계속하시면 풍파 없는 순탄한 삶을 살게 되실 겁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자리를 뜨시기 직전까지 "그게 다예요?"라고 자꾸만 여쭤보셨죠.
마치 자신의 사주에서 잘못된 점이나 단점, 위험한 순간을 찾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이후 사주나루에서 사주풀이를 받으셨기에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간략히 말씀드리면 동향 친구 관계에서의 성패의 여부가 스트레스로 기자분의 기저에 깔려 있었습니다.
'왜 나는 비슷한 조건이라 생각했던 친구들보다 그다지인 삶을 사는가', '나보다 공부를 못하던 친구는 연 2억을 벌고, 나는 수십만 원 월세에 힘들어하는가'와 같은 고민 말입니다. 이러한 고민의 이유를 찾기 위해 제게 간곡히 사주풀이를 해달라 요청했던 것이죠.
특별한 사례 같겠지만, 사실은 전혀 특별하지 않은 사례입니다.
이분을 동하게 한 것은 [불안]이라는 아주 평범한 감정이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
이것이야말로 불안의 원천이다
-알랭 드 보통, [불안] 中-
한 인간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 구태여 사주풀이를 받게 만드는 것도 사실은 주변에 나와 같은 사람 때문입니다.
돈을 많이 버는 일론 머스크, 인기 있는 아이유 등 성공한 사람들을 보고 불안해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조건의 주변 사람을 보고 불안해하기 때문입니다.
"내 친구는 돈을 잘 벌던데 나는 왜 적게 벌까?", "주위에선 다 결혼했는데 나는 언제쯤 할 수 있을까?"와 같은 불안감이 사주풀이를 받게 만드는 것이죠.
즉,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본질 탐구가 아닌, 주변 사람과의 현실적인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자신을 찾기 위해 사주풀이를 받으러 온다는 겁니다.
한 가지 칼럼에 온전히 투자해 이 말을 드리는 것은 이러한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사주를 보는 사람, 봐주는 사람 모두에게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한 사람의 인생을 근본적으로 파헤치려 하는 것이 대부분 명리를 다룰 때 하는 실수입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편협할 정도로 이론적이고, 권위적인 표현들을 거침없이 사용하고요.
물론 그런 상담을 요청한다면 함께 토론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당장 사주풀이를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필요한 건 주변 사람 보다 더 잘 살아가는 것, 혹은 주변 사람만큼만 이라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현실적인 해답이겠죠.
사주나루의 일주론에서 저희의 방향성을 모두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ps. 마음 약한 내담자를 볼모로 잡고 유식한 척만 하는 곳이 너무 많아진 것도 오늘 글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사주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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