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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나루 칼럼

정미일주(丁未日柱), '한 걸음'이면 충분합니다

by 사주나루 2024. 1. 3.

 

안녕하세요 사주나루입니다.

지금은 별세(別世)하셨지만, 생전 수십 명의 문하를 거느리셨던 문인의 사주를 풀어드린 적이 있습니다.

문학계의 존경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았으며, 더는 책을 쓰지 않더라도 이미 평생 먹고살 돈을 벌 정도로 세간에 공개된 작품도 많았습니다. 실제로 저를 찾아오셨을 당시에는 붓을 놓고 제자들을 양성하고 계셨던 상황이었죠.

누가 봐도 성공한 삶을 살던 분이지만, 한숨을 쉬며 고민을 털어놓으셨습니다.

"오늘이 어제와 같고, 어제는 엊그제와 같고, 보름과 같습니다. 내일도, 모레도, 10년 뒤에도 내 삶은 똑같을 것 같습니다."

문학적이지요? 아마 이 문인의 고민을 공감하는 정미일주(丁未日柱)분들이 많으실 거라 예상됩니다.

정미일주에게 삶의 권태로움은 불가피한 것이니까요.

지금껏 창작을 통해 그 특성을 잘 누르며 살아왔지만, 붓을 놓고 나니 다시금 그 권태로움이 찾아온 것입니다.

 

정미일주
정미일주

 

 

사주를 잘 모르는 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시지만, 사주를 잘 아는 분들은 의아해하실 겁니다.

정미일주는  대표적인 식신(食神) 사주이고, 앞서 언급했듯 식신은 표현하는 인자, 만들어내는 인자, 활동하는 인자이기 때문이죠. 지루함, 권태, 미적지근과 같은 특성과는 반대되는 인자예요.

이대로라면 정미일주는 활동적이고, 스스로 해낼 수 있으며, 주도적인 일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식신이라는 인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 해석하는 역술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미일주를 실관해 보면 소극적이고 권태로운 특성이 두드러집니다. 평소 생각과 행동이 느리다고 느끼는 사람은 정미일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틀린 걸까요? 정답은 둘 다 틀리지 않았습니다.

명리 공부하시는 분들의 원성이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네요ㅎㅎ; 차분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정미일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정미일주와 식신의 만남을 제대로 이해하셔야 합니다.

 


 

 

ㅣ한 걸음 내디딜 용기, 정미일주(丁未日柱)

 

정미일주는 기본적으로 선하고 따뜻하며 착한 사람입니다.

앞선 글에서 정미일주에 대한 이야기 중 권태, 지루함, 미적지근과 같은 단어가 나오며 부정적인 인상을 주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단편적으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오히려 선하고 따뜻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 어째서 권태롭고 지루한 사람이 되는지 그 변화의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미일주가 아니더라도 명리는 이런 식으로 배우고 사용해야 한다는 걸 이 글을 통해 알아가셨으면 해요.

정미일주(丁未日柱)는 천간 정화(丁火)에 지지 미토(未土)로 구성된 일주입니다. 천간과 지지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습니다.

정화는 음(陰)의 화(火)이기에 병화(丙火)와는 다릅니다. 눈에 보이는 빛이 아닌 따뜻한 열기를 뜻합니다. 따라서 뜨겁기보다는 따뜻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온화하고 심성이 착한 것도 천간 정화를 일간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열기의 특징대로 은근하고 꾸준한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끝없이 타오르는 병화와는 달리 열기가 사라져 버리면 차갑고 냉정한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정화의 기본 특징 속에는 정관(正官)의 성향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바르고 정갈한 사람이고요.

 

정미일주 특징

 

 

하지만 생각과 가치관이 이렇다 하더라도 정미일주의 행동을 책임지는 것은 미토(未土) 일지입니다.

미(未)는 그 자체로도 지루하고 느리고 답답한 인자입니다. 시기상으로 7~8월의 뜨거운 여름을 의미하기에 풍요로운 가을의 결실을 맺기 전, 가장 지루하고 인내해야 하는 기간을 뜻하는 것이 미토이죠.

따라서 미토를 일지로 두는 사람은 적응력이 느리고, 배우는 속도도 느리며, 상황에 대한 대처도 느립니다. 창의력과 새로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며, 매사에 소극적이고 조심스럽습니다(지장간 편인(遍印)의 영향으로). 십이운성인 관대(冠帶)의 고집스러운 성향도 있기 때문에 바뀌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토는 정화와 만나 식신(食神)의 역할을 합니다. 식신은 표현하는 인자, 만들어내는 인자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움직이지 않는 미토와 표현을 뜻하는 식신과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감이 좋은 분들은 답을 아실 겁니다. 자기가 잘하는 것, 익숙한 것만 계속하는 특징을 가지게 되는 거예요. 새로움에 대한 갈망보다는 기존의 것들에 대한 지속적인 표현을 더 선호하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정미일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런 관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단순히 식신이 일지에 깔리니 자립적인 사람,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요. 

 

정미일주 성향

 

정미일주는 흔히 대기만성형 일주라고도 합니다. 초년에는 고생해도 말년에는 피는 일주라고 하죠.

별다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정미일주는 원래 그렇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해할 수 있어요. 자기가 잘하는 것만 하다 보니, 초년에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타인과 맞춰가는 세상에서 '저 사람은 능력이 없는가 보다'라는 생각을 심어주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기간이 쌓이고,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꾸준히 하다 보면 장인, 명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초년에는 고생해도 말년에는 핀다고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미일주는 정관이 있음에도 체계적인 직장생활이 잘 맞지 않습니다.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프리랜서나 전문직이 더 적합합니다.

물론, 직업적 성공, 재물적 성공만 본다면 정미일주의 지루하고 끈기 있는 성향을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삶이 단조로워지고 재미없을 수 있습니다. 물질적, 사회적 성공이 반드시 정신적 성공을 대변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우라면 활동성을 뜻하는 상관(像官)과 식신을 더 찾아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미토의 지루함을 이길 정도의 강한 상관성과 식신성이 필요합니다.

단, 지지에서 오는 상관과 식신은 좋지 않습니다. 토와 토가 만나 그 특성을 더욱 강하게 하기 때문이죠. 가장 좋은 경우는 천간(戊)과 기(己)를 찾는 겁니다.

 

 

 

ㅣ정미일주 남녀

 

식상(食傷)을 찾아야 하는 것은 연애나 결혼을 계획하고 있을 때 남녀 공히 매우 중요한 일이 됩니다.

따뜻하고 착한 성품이지만, 이별을 겪는 정미일주가 많은데, 앞서 설명해 드린 정미일주를 사랑한다 생각해 보세요. 답답할 겁니다. 

정미일주는 감정 표현 자체는 잘하지만, 감정의 변화가 오는 순간 입을 닫습니다. 좀 더 감정적 교류와 진심을 잘 말할 수 있는 식상의 도움이 절실한 것이죠.

하지만 여자의 경우 식상을 너무 과하게 쓰는 것도 좋진 않습니다. 배우자궁에 들어야 할 관성을 극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식에게 과도하게 사랑을 주는 경우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정미일주는 식상을 사용하면서도 그 식상 때문에 배우자와 멀어지는 곤란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정미일주 남녀
정미일주 남녀

 

 

남자의 경우에도 지장간에 있는 비견의 영향으로 배우자를 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정미일주 남녀 모두 연애나 결혼에서 그다지 유리한 일주는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기만 해도 관계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본인이 가진 인자로 뭔가 하려기 보다는, 미토가 가진 기운을 최대한 줄이며 사는 것이 좋고, 만약 관계가 원활하다면 상대방이 맞춰주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배우자를 만나는 데 불리한 특징을 가진 일주일수록 반드시 궁합을 확인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내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성향을 만나야 한다는 뜻이에요.

 

 

 

ㅣ정미일주 유명인

 

정미일주의 경우 그 분야에서 압도적인 실력과 명성을 지녔거나, 꾸준함으로 승부하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거나, 주변에서 그 길은 아니라고 하면 들을 줄도 알아야 하는데 '내 갈 길은 내가 간다'는 생각으로 끝내 성공하는 경우가 많죠.

유명인의 경우 [목민심서]를 저술한 다산 정약용, 십만 양병설을 주장한 율곡 이이, 축구선수 박지성 선수 등이 있습니다.

연예인의 경우 대표적으로 음악대장으로 일약 스타가 된 하현우 씨, 배우 공효진 씨, 구혜선 씨 등이 있습니다.

 

정미일주 유명인

 

 


 

한 걸음 내딛기가 힘들다 생각하시는 정미일주 분들은 억지로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남들도 다 이렇게 하니까', '요즘에 이런 것도 못하면 어떡해'라는 말에 휘둘리지 마세요. 정미일주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는 꾸준히 노력해서 보란 듯 성공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삶이 무료하거나 변화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그 방향으로 식신을 활용해 보시면 됩니다. 용기를 내서 한 걸음 내딛으셔도 된다는 말입니다. 

어찌 보면 어떤 상황에도 맞추기 어려워하는 정미일주가 어떤 방식으로도 살아갈 수 있게 되기도 하네요.

이는 일주를 받치고 있는 주위 글자들의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겠죠.


- 사주나루


*추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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